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정말로 존재하는 저주? – ‘파라오의 저주’ 같은 전설의 진실

by 비즈브런치 2025. 3. 20.

고대 유적을 탐사하거나 신성한 장소를 침범한 사람들이 갑작스럽게 죽거나 불행을 겪었다는 이야기는 오랜 세월 사람들의 상상력을 자극해왔다. 그중 가장 유명한 것은 이집트 파라오의 무덤과 관련된 ‘파라오의 저주’ 전설이다. 이 글에서는 '파라오의 저주'같은 전설이 정말로 존재하는 저주인지 알아보도록 하겠다.

 

정말로 존재하는 저주? – ‘파라오의 저주’ 같은 전설의 진실
정말로 존재하는 저주? – ‘파라오의 저주’ 같은 전설의 진실

 

투탕카멘의 무덤 발굴 이후 관련 인물들이 연이어 사망하면서 이 저주는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았다. 과연 이런 저주는 실제로 존재하는 것일까, 아니면 우연과 오해가 만들어낸 신화일 뿐일까. 첫째, 파라오의 저주 전설의 기원과 전파 과정을, 둘째, 과학적 분석을 통한 저주의 실체를, 셋째, 저주에 대한 믿음이 생기는 심리적·문화적 배경을 세 가지 소제목으로 나누어 다룰 것이다. 이를 통해 전설 속 저주의 진실을 탐구해보자.


1. 파라오의 저주 전설 – 기원과 전파

‘파라오의 저주’라는 개념은 고대 이집트 문명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파라오들은 자신들의 무덤을 신성한 공간으로 여겼고, 이를 보호하기 위해 저주 문구를 새기곤 했다. 예를 들어, 무덤 벽에 “이곳을 침범하는 자는 죽음의 날개를 맞이할 것이다” 같은 경고가 적힌 경우가 있었다. 이는 도굴꾼을 막기 위한 심리적 장치로, 당시에는 효과적인 위협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현대에 와서 이 저주가 유명해진 계기는 1922년 투탕카멘 무덤 발굴 사건이다.

영국 고고학자 하워드 카터가 이끄는 팀이 투탕카멘의 무덤을 발견했을 때, 세계는 열광했다. 그러나 발굴 후 몇 년 사이 관련 인물들이 잇따라 사망하면서 저주 이야기가 퍼졌다. 발굴을 후원한 조지 허버트 경(카나번 백작)은 무덤 개봉 몇 달 뒤 모기에 물린 상처가 감염되어 사망했다. 이후 발굴에 참여한 다른 사람들도 사고, 질병, 자살 등으로 목숨을 잃었다는 보도가 이어졌다. 당시 신문들은 “파라오의 복수”라는 제목으로 이 사건을 대서특필하며 대중의 공포와 호기심을 부추겼다.

저주 전설은 투탕카멘 무덤에만 국한되지 않았다. 다른 이집트 무덤에서도 비슷한 이야기가 생겨났다. 예를 들어, 람세스 2세의 무덤을 조사한 탐험가들이 원인 모를 병으로 쓰러졌다는 소문이 돌았다. 이집트를 넘어 다른 문화권에서도 유사한 전설이 나타났다. 잉카 유적을 발굴한 탐험가가 의문의 죽음을 맞았다는 이야기나, 유럽의 고성에서 유물을 훔친 사람이 불행을 겪었다는 전설이 대표적이다. 이런 이야기들은 신문, 소설, 영화 등을 통해 증폭되며 저주라는 개념을 세계적으로 퍼뜨렸다.

하지만 이 전설들은 과장이 섞여 있었다. 투탕카멘 발굴에 참여한 사람 중 다수는 자연사하거나 오래 살았다. 하워드 카터 자신도 저주 소문에도 불구하고 1939년까지 건강하게 살았다. 이는 저주가 실제보다 과장된 이야기일 가능성을 시사한다.


2. 과학적 분석 – 저주의 실체

파라오의 저주가 실제로 존재한다면, 그 원인은 무엇일까. 과학자들은 초자연적인 힘 대신 자연적이고 물리적인 요인을 의심해왔다. 첫 번째로 주목받은 것은 무덤 안의 유해 물질이다. 고대 이집트 무덤은 수천 년간 밀폐된 공간으로, 곰팡이, 박테리아, 독성 가스가 축적될 수 있었다. 투탕카멘 무덤 같은 경우, 발굴 당시 공기가 탁하고 이상한 냄새가 났다는 기록이 있다. 이런 환경에서 아스페르질루스라는 곰팡이 포자가 호흡기로 들어가 폐렴이나 호흡기 질환을 일으켰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실제로 조지 허버트 경의 사망은 모기 물림으로 인한 패혈증이었지만, 무덤에서 나온 병원체가 면역력을 약화시켰을 수도 있다. 19세기와 20세기 초 탐험가들은 현대적인 방호 장비 없이 작업했기 때문에 이런 위험에 취약했다. 비슷한 사례로, 유럽 동굴 탐사 중 박쥐 배설물에서 자라는 히스토플라스마 곰팡이에 감염된 경우가 알려져 있다. 이는 저주가 아니라 생물학적 요인일 수 있음을 보여준다.

두 번째 가설은 방사능이다. 이집트 무덤에 사용된 화강암이나 장식물에서 미량의 라돈 가스가 방출되었을 가능성이 있다. 라돈은 방사성 물질로, 장기 노출 시 폐암을 유발한다. 무덤 안에서 오랜 시간을 보낸 발굴자들은 이런 가스에 노출되었을 수 있다. 그러나 당시 측정 기술이 부족해 이를 증명할 데이터는 없다.

세 번째로, 독극물설이 있다. 고대 이집트인들은 무덤을 보호하기 위해 함정이나 독을 사용했다는 기록이 일부 있다. 벽에 독을 바르거나 유물에 독성 물질을 묻혔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발굴자가 이를 만지며 중독되었을 수도 있지만, 투탕카멘 무덤에서는 구체적인 증거가 발견되지 않았다.

과학적 분석은 저주를 초자연적 현상이 아닌 자연적 위험으로 설명한다. 하지만 모든 사망 사례를 이렇게 설명하기는 어렵다. 일부 죽음은 우연이나 기존 질병과 관련이 깊었고, 저주로 보이는 연속성은 통계적 착각일 가능성이 크다.


3. 심리적·문화적 배경 – 저주 믿음의 뿌리

저주에 대한 믿음은 과학적 설명만으로는 사라지지 않는다. 이는 인간의 심리와 문화적 맥락에서 비롯된 깊은 뿌리를 갖고 있다. 첫째, 인간은 불가사의한 사건을 초자연적으로 해석하려는 경향이 있다. 투탕카멘 발굴 후 연이어 발생한 죽음은 우연이었을 가능성이 높지만, 당시 사람들은 이를 파라오의 분노로 보았다. 이는 미지의 영역에 대한 두려움과 경외심이 반영된 결과다.

둘째, 문화적 내러티브가 저주를 강화한다. 고대 이집트에서 무덤은 신성한 공간으로 여겨졌고, 이를 침범하는 행위는 신의 벌을 받는다는 믿음이 있었다. 이런 이야기는 구전과 문헌을 통해 전해지며 대중의 인식에 뿌리내렸다. 20세기 초 서구에서는 오리엔탈리즘 열풍이 불며 이집트 문명에 대한 신비주의가 더해졌다. 신문과 대중 매체는 이를 이용해 저주 이야기를 과장하며 상업적 성공을 거두었다.

셋째, 심리적 요인으로 ‘확증 편향’이 작용한다. 저주를 믿는 사람은 관련된 죽음만 기억하고, 무사한 사례는 무시한다. 투탕카멘 발굴에 참여한 수십 명이 건강히 살았다는 사실은 주목받지 못했다. 또한 불행한 사건이 연속되면 이를 운명이나 저주로 연결 짓는 경향이 있다. 이는 인간이 무작위성을 받아들이기보다 의미를 찾으려는 본성 때문이다.

현대에서도 저주 믿음은 사라지지 않았다. 예를 들어, 일본의 특정 신사에서 유물을 훔친 관광객이 사고를 당했다는 이야기가 돌며 저주로 해석된다. 이는 과학이 발전했어도 인간의 상상력과 불안이 저주 전설을 지속시키는 이유다.


‘파라오의 저주’ 같은 전설은 고대 이집트 무덤 발굴에서 시작되어 전 세계로 퍼진 신비로운 이야기다. 그 기원은 무덤 보호를 위한 경고에서 비롯되었고, 투탕카멘 사건을 계기로 대중적 전설이 되었다. 과학은 이를 곰팡이, 방사능, 독극물 같은 자연적 요인으로 설명하며 초자연적 힘을 부정한다. 그러나 저주에 대한 믿음은 심리적 두려움과 문화적 배경에서 뿌리내려 여전히 사람들을 매혹한다. 정말로 저주가 존재하는지는 알 수 없지만, 이 전설은 인간이 미지의 세계를 어떻게 바라보는지 보여주는 거울이다. 다음에 고대 유적을 마주한다면, 저주를 떠올리기 전에 그 안의 과학과 이야기를 먼저 고민해보는 것도 흥미로운 경험이 될 것이다.